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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필리핀 팜팡가주 앙헬레스시의 외딴 도로에서 여섯 발의 총성이 울렸다. 허모씨(당시 65세) 가족의 삶이 달라진 것도 이날부터다. 온 가족이 모여 떠들썩하게 지내는 추석에도 허씨는 다시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2014년 2월 18일은 허씨가 지인들과 함께 떠난 필리핀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했을 시간이 넘었는데도 허씨에게 연락이 없었다. ‘비행기를 못 탔나’하는 생각으로 걱정이 될 무렵 가족들은 필리핀에 있는 영사관에서 “허씨가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믿기지 않았다.

가족들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필리핀에 갔다. 허씨는 당시 오후 7시 43분쯤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쏜 45구경 권총 여섯 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일행과 함께 길을 걷던 허씨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언론 보도로 사건이 알려졌다. 사실이 아니길 바랐지만, 가족들은 허씨의 죽음을 실감했다. 허씨는 현지에서 화장된 뒤에야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허씨는 당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신모씨(41세)씨의 주선으로 필리핀 관광을 떠났다. 앙헬레스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차로 1시간 50분가량 떨어진 관광도시다. 주로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카지노 술집 등 유흥시설이나 골프장이 몰려있다. 허씨는 골프 관광이 명목이었지만, 골프를 크게 즐기지 않은 허씨에겐 썩 내키지 않는 관광이었다. 하지만 이미 신씨가 주선해 한 차례 필리핀에 다녀온 적이 있고, 3~4일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살인 사건임은 분명했다. 문제는 관광객의 돈을 노린 현지인 강도 살인인지, 채무·원한에 의한 계획된 범행인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신씨는 유력한 용의자였다. 신씨는 2012년 9월 무렵 지인의 소개로 허씨를 알게 됐다. 카지노 사업비 명목으로 허씨에게 5억원을 빌린 뒤 도박으로 탕진한 상태였고, 사건 당시가 빚을 갚기로 했던 시기였다. 유가족들은 신씨가 허씨에게 채무 일부를 갚고 새로운 투자를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씨는 가족들에게 3000만원을 급히 빌려 신씨에게 입금해주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살해당하기 전 허씨는 신씨가 불러낸 장소로 일행과 함께 가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신씨의 현지인 운전기사가 “범인은 신씨”라는 유력한 증언을 했다. 신씨가 현지인 청부 살해 업자에게 허씨를 죽여달라고 30만페소(약 750만원)를 주고 강도를 위장해 의뢰했다는 것이다. 이 업자는 저격수와 운전기사를 고용해 실행에 옮겼다. 신씨가 허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이라고 알려줬다는 것도, 강도로 위장하려던 계획은 저격수를 태웠던 오토바이 운전사가 겁을 먹고 달아나면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쉽게 풀릴 줄 알았던 경찰 수사는 3년 넘게 이어졌다. 신씨는 사건 이후 국내로 돌아왔지만, 그를 체포해 구속할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했다. 게다가 총을 쏜 저격수도 잡지 못했다. 통상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 실제 살해에 가담한 ‘킬러’의 증언이 절대적이다. 수사를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형사들은 필리핀을 오가며 증거를 확보하고, 현지의 정보원을 통해 각종 정보도 수집했다. 경찰청 인터폴계 소속으로 필리핀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담당 경찰관)는 현지 경찰의 수사관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적극적인 수사를 ‘독촉’하며 현장을 뛰었다.

장기간에 걸친 수사로 중간에 수사팀이 교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발굴한 증거들은 모두 신씨를 범인으로 가리켰다. 필리핀을 오가며 총기대여자의 증언을 추가로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암살범의 신원까지 확인했다. 신씨의 휴대폰 안에는 저장된 허씨의 사진과, 신씨 운전기사의 추가 증언등도 보탰다. 경찰이 신씨로부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듣게 된 것도 3년에 걸친 수사로 얻은 과물이었다. 신씨는 결국 지난해 9월 구속됐다.

신씨가 구속됐지만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었다. 재판이 남아있었다. 경찰 관계자들은 해외에서 일어난 한국인 살인교사 사건에 대한 사실상 첫 재판으로 여겨 관심을 놓지 못했다. 살인을 한 정범은 잡히지 않았고, 살인을 교사한 교사범만 잡힌 상황이었다. 비슷한 전례가 없었던 재판인 만큼, 재판부의 판단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다. 운전기사의 증언과 본인이 수사 과정에서 했던 발언, 경찰이 수집한 증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신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살인교사는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라며 “채무 변제를 못하게 되자 피고인의 살해를 교사했다. 치밀한 계획으로 적극 유인했고, 수차례 시도 끝에 결국 피해자를 살해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자기 범행을 감추기 위해 강도로 위장할 것을 부탁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반성하는 모습이 없고, 유족들은 분노와 슬픔, 스트레스로 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지난 6일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씨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신씨에 대한 이번 판결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살인교사 범행을 수사하는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담당 수사관들은 말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범행의 특성상 피해자가 한국인일 경우 현지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기대하기 힘들다.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겨우 범행을 입증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이 있기 전까지 ‘어느정도 증거를 수집하고 어떤 식으로 수사해야 할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 없었다. 재판부가 “이 사건은 공권력 미치지 못하는 필리핀에서 필리핀인들에 의해 시행됐기에 영구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사를 담당한 한 경찰 관계자는 “총기 사용이 자유로운 필리핀 등 해외에서 살인교사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나는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오산이다”라며 “신씨의 범행은 해외에서 치안 공백을 틈타 살인교사를 시도하는 등 강력 범죄가 결국 진상이 드러나고 처벌받게 된다는 메세지를 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신씨의 유죄가 1심 재판부에선 인정됐지만, 허씨가 사망한 뒤 남은 가족들의 삶은 달라졌다. 밤에 잠을 못자 수시로 깨거나, 위장병이 생겼다. 직장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볼 때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쓰인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범인을 붙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직장인, 청년, 어머니였던 가족들은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허씨의 아들은 탄원서를 통해 신씨의 집을 찾아 그가 사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며 그때 평화롭게 사는 그를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유족들은 1년 가까이 이어진 신씨의 재판을 직접 방청했다. 때론 분에 못이겨 피고인석에 앉은 신씨를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법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신씨는 1심 재판부의 유죄 선고 직후 항소했다.

지난 18일 경향신문과 만난 허씨의 사위 이모씨는 “완전히 끝난 건 아니지만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산 하나를 넘은 느낌이 들었다. 추석이 되니 아버님이 더 생각이 난다”며 “(신씨가) 항소를 할 것이란 건 예상했던 일인데, 사건 당사자인 유가족들이 평생 겪을 극심한 고통과 상처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위로해 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총을 쏜 저격수가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해선 “그 사람(저격수)도 나쁜 사람이지만, 의뢰하지 않았다면 아버님을 죽이진 않았을 것”이라며 “진짜 범인은 살인을 의뢰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 같은데, 판결이 확정된 다음에야 상처를 회복하고 앞으로 일을 차근히 계획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국가차원에서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9250947001#csidx1356e747e88993383c57936e06a08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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