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기 당할뻔 한 스토리(30)

요즘 사기꾼 정말 머리 좋습니다.
어제 사기 당할뻔한 이야기 공유드립니다.
다른분도 피해입지 마시라는 뜻에서요.

어제 한창 배송하고 있는데 오후 5시정도에 필리핀 여자한테 전화가 옵니다. 자기가 D도시(구글맵 검색해보니까 완전 깡촌)에 사는데,
자기 남자친구가 페소를 한화로 보내려는데 도와줄수 있냐구.
얼마냐니까 50만페소랍니다.
한국사람과 통화하고 싶다고 하니까 다른 한국인이 연락옵니다.
50만페소를 보내들테니까 급하니까 오늘 안으로 1천만원을 자기 한국 계좌로 보내줄수 있냐고 합니다.
자기는 나이 많아서 잘 모르고 필리핀 여자 친구가 알게 되서 저한테 연락을 준거라고. 자기는 시골에 있어서 한국으로 돈을 오늘안으로 급하게 보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서 연락했다고.
환차익이 커서 진행하겠다고 했죠.
대신 당신 여권 사진을 먼저 보내라고도 제가 했죠.

그리고 웨스턴 유니언으로 저한테 50만페소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이용당할 가능성은 제로라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워킹에 있는 웨스턴 유니언에 물어보니 한도가 20만페소랍니다. (이 지점 한도인지 웨스턴 유니언 한도인지는 제가 영어가 짧아서 못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제 다른 신분증은 안 되고 여권만 됩답니다. 그리고 영업시간은 저녁 8시까지 랍니다.
그래서 그 한국 사람한테 알려줬죠.
웨스턴 유니언, 세부아나, 엠 뤼일러, 팔라완 익스프레스로 분산해서 송금하라고.

5시에 처음 전화가 왔는데 7시반쯤 웨스턴 유니언 본사라고 어떤 필리핀 여자가 전화가 왔습니다. (전 진짜로 웨스턴 유니언 본사 직원인줄 알았습니다.)
20만 페소가 내 이름으로 송금됐는데 큰돈이라 내가 동의를 해야 한다네요. 그리고 제가 동의하면 보낸 사람은 그 다음에는 취소를 못한다고. 그때도 그런가부다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앙헬레스 지점이 8시에 문을 닫으니 내일 오전 11시에 로빈손 2층의 웨스턴 유니언으로 돈을 찾으러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한국인에게 얘기했죠. 오늘 송금은 불가능하다. 그랬더니 뭐가 그렇게 안 되냐고 다른 한국사람이 비싼 환율로 해준다고 하니 그쪽을 통해서 하겠다고 하네요. 두 시간 넘게 신경쓰고 여권 가지러 집에 가는데 말이죠.
짜증 이빠이 났지만 그쪽에 하라고 했죠.

그리고 지인과 쐬주 한 잔하러 왔더니, 맨 처음 전화했던 필리핀 여자가 저한테 50만페소를 보냈으니 (그 필리핀 여자 영어가 후져서 보냈다는건지 보내겠다는건지 불분명합니다.) 너무 급하니 오늘 700만원만 한국 계좌로 보내고 나머지는 제 comission으로 갖으라고. 내일 50만페소 나보고 찾으라고 자기가 영수증도 갖고 있다고.
700만원도 통장에 없을 뿐더러 있어도 제 수중에 돈이 들어온것도 아닌데 그럴수 없다고 했죠. 내일 돈 찾으면 내일에야 내가 보낼수 있다고 했죠.

이 일처리하느라 어제 두 건의 주문처리도 못하고...ㅠ
여기까지는 사기라는 생각을 못 했죠.

그런데 쐬주 마시면서 지인과 얘기하다보니 지인이 그거 사기라고 하더라구요. 다시 곰곰히 되새겨보니 사기 맞는것 같습니다.

사기 당하는 사람의 특성중 하나가 과도한 욕심입니다.
전 별로 욕심이 없나봅니다, 그래서 사기 안 당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 머리 정말 좋습니다.
가짜 웨스턴 유니언 직원 등장 시키고 (앙헬레스 웨스턴 유니언 업무 종료 시각까지 알고), 한국 남자는 자기는 나이 많아서 필리핀 물정 모르는 늙은 아저씨 성격 설정하고.

제 추측에는 D도시가 아니라 앙헬에 있는 사기꾼으로 추정되구요. 제 업을 어느 정도 아는 상태에서 시나리오 제대로 짠것 같습니다.
(그 한국인분 사기가 아니라면 미안합니다. 근데 자기는 인터넷 이런거 모른다고 했으니 당신이 이글을 본다면 사기가 맞는거겠죠^^)

맨 처음 전화한 여자가 어제 50만페소 저한테 송금했고 영수증 자기가 갖구 있다구 했는데, 오늘은 웨스턴 유니언에서 전화가 안 오네요.
그 들도 이번 판은 나가리임을 직감한것 같습니다.

제 일 초기에 얘기 우유값을 핑계로 1만페소 제가 사기 당한적이 있었구요,
환전을 빌미로 제 통장 이용하려는 보이스피싱은 제가 사전에 감지해서 안 당했구요.
이번이 세번째인데 또 안 당했네요.

저도 일하기 바쁘니 이제 저를 상대로 사기치시려는 시도는 그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사기에 넘어가지 마시라고 공유드립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는데 어제 똑같은 전화 받으신분이 저말구 한 분 더 계시네요.

도시명도 똑같고 한국인 직업도 똑같고

필대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