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초상화도 제거라고요?(11)

北, 중국 관광객 더 유치하기 위해 김일성 부자 초상화도 제거


김충남 기자 | 2019-04-22 15:00


외화난 심각… “1호 작품의 신성성도 외화벌이에 무너진 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갈수록 ‘달러벌이’ 길이 막히고 있는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더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전용 호텔에 걸린 김일성 부자 초상화도 제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경우에도 훼손해서는 안 되는 1호 작품의 신성함도 중국인들의 ‘돈’ 앞에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국제관광호텔 로비에 설치됐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대형 초상화를 풍경화로 교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청진시에 있는 ‘천마산호텔’의 중앙 홀에 있던 김 부자 유화상이 제거되고 그 자리에 풍경화가 설치됐다”며 “지난해 말 호텔 내부 장식 공사를 시작해 봄철 중국 관광객을 맞기 위한 보수공사로 알았는데 김 부자 대형 초상화를 치우기 위한 공사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라선시에 있는 남산호텔과 원조호텔 등 중국 관광객 전용 호텔의 중앙홀에 있던 김 부자 초상화가 사라졌다”며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1호 작품까지 제거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외화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라선시뿐 아니라 다른 도시의 외국인전용 호텔도 중앙홀에 있던 김 부자 초상화를 다 제거한 것으로 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1호 작품의 훼손이나 제거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당국의 신격화도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벌이라는 과제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만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달러가 마르면서 북한 당국이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북한 당국의 이런 조치는 중국 관광객들이 초상화 앞에서 불경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RFA는 전했다.

소식통은 “그동안 중국 관광객을 맞이하면서 드러난 가장 큰 골칫거리는 김 부자 초상화 앞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고성을 지르며 떠들어도 통제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이런 불경한 행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초상화를 치운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인들은 김 부자 조형물에 대한 지나친 통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충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