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투자사기꾼 69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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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약 수사국 경찰, 부업은 납치 범죄? 유독 한국인만 노리는 이유는?
방송일 : 2024년 08월 2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청취자 여러분들 혹시 마사랍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마사랍' 이 단어는 맛있다라는 뜻의 필리핀어입니다. 그런데 필리핀 현지에서는 이 단어 뒤에 한국인 그러니까 코리안을 붙여서요. 마사랍 코리안이란 말이 마치 은어처럼 사용된다고 합니다. 마사랍 코리안 과연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요? 마사랍 코리아는 말 그대로 직역하면 맛있는 한국인이란 뜻입니다. 필리핀 일각에선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하죠.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아마도 한인을 상대로 한 필리핀 현지의 강력 범죄는 늘어가는데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 이게 한몫하는 거 아닐까요? 2012년 이후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살인 사건 총 57건의 사망자 수는 63명입니다. 그런데 정식 재판을 통해 실형이 선고된 건 이 사건이 처음이라고 하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남채은 변호사 (이하 남채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필리핀 현지에서 한인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더라고요.
◆ 남채은 : 네, 필리핀에서는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요. 2012년 이후 발생한 한국인 살해 사건은 57건이며 사망자는 63명이라고 합니다. 올해 5월 말에도 필리핀 앙헬리스를 찾았던 60대 한국인 남성이 소매치기를 당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약 열흘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요. 작년 11월에는 필리핀 앙헬레스 거리에서 무장한 강도 2명이 한국인 남성의 복부를 찌르고 지갑을 훔쳐 달아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경우가 썩 없다는 건데 오늘 자세히 살펴볼 이 사건 같은 경우 2016년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입니다.
◆ 남채은 : 네, 지난 2016년 10월 18일 필리핀 앙헬레스 자택에서 한국인 사업가 지익주 씨를 납치 후 살해한 사건인데요. 대낮에 주택가에서 벌어져 큰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사망 증명서를 위조하여 인근 칼로오칸시의 한 화장장에서 시신을 소각하고 유해를 화장실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이들은 피해자의 유족을 상대로 약 1억 2천만 원을 요구하였는데, 피해자는 납치 당일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모르는 유족들로부터 현금을 받은 뒤 그대로 잠적해버렸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피해자의 경우 현지에서도 굉장히 평판이 좋았던 사업가였다고 하더라고요.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피해자는 작은 인력 파견업체를 운영하던 평범한 사업가였는데 평소 직원들이 아프다고 하면 약을 사다 주고 배고플까 봐 음식을 사다 주기도 하는 등 직원들에게나 가족들에게나 자상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직원들은 피해자가 불법적인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였고, 지인들 역시 입을 모아 피해자가 주변에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 이원화 : 어쨌든 납치 사건이니까요. 필리핀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을 것 같거든요. 어땠습니까?
◆ 남채은 : 피해자가 납치당한 장소는 주거지역으로 CCTV와 목격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가족들은 필리핀 경찰 납치 전담반에 신고 후 수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필리핀 경찰은 가족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피해자를 찾기 위해 직접 통역사와 사설 탐정, 변호사 등을 고용하여 온갖 치안기관을 수색했습니다. 또한 수십 대의 CCTV 영상을 뒤진 결과 두 대의 차량이 피해자의 차량을 쫓는 등 납치 정황을 발견한 뒤 그 영상과 납치 차량 번호를 납치 전담반에 제공하기도 했으나 수사에 아무런 진척이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600만 원을 들여 오토바이 50대를 동원하여 남편의 차를 찾기도 했는데 결국 찾지 못하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리핀 현지 신문사를 방문하여 남편을 찾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현지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그제서야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는데 결국 납치 3개월 만에 남편이 피살된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 이원화 : 우리 대사관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걸까요?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거든요.
◆ 남채은 : 피해자의 아내는 납치 13일째 되는 날 범인들로부터 몸값 500만 페소 하나로 약 1억 2천만 원이 되는 돈을 요구하는 협박 문자를 받았습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어렵게 돈을 구해 범인이 지시하는 대로 밤 10시경 접선 장소로 가 차에 현금을 두고 근처 식당에서 기다렸는데요. 범인들은 현금을 가져간 뒤 그대로 잠적해버렸고 피해자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강력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필리핀에는 한국인 대상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 경찰이 파견되어 있는데 이를 코리안 데스크라고 합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코리안 데스크에도 도움을 청했으나 피해자가 납치된 것이 확실하냐며 다른 사건을 해결하느라 급해서 여력이 없다고만 했고, 한국 대사관에는 통역을 요청했으나 개인 통역은 대사관에서 해줄 수 없고 본인이 구해야 한다고만 하는 등 대사관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사건 발생 후 두 달이 넘어가자 필리핀 현지 신문사를 찾아 피해자를 찾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현지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그제서야 경찰청도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납치된 지 3달이 지나서야 남편의 피살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정말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 이원화 : 황당한 상황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남채은 : 놀랍게도 피해자를 살해한 용의자는 필리핀 현직 경찰들이었습니다. 납치 당일 범인들은 차로 2시간을 달려 필리핀 수도 마닐라로 피해자를 끌고 갔는데, 그들이 향한 곳은 필리핀 경찰청 본청이었습니다.
◇ 이원화 : 경찰청 건물에다가 납치를 한 겁니까?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사건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납치범 중 1명이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여 자백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는데 마약 단속반 경찰인 로이 빌라가스입니다. 피해자는 경찰청 본관에서 불과 40m 떨어진 경찰청 주차장에서 현직 경찰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것이 로이 빌라가스의 진술에 의하면 범인들은 돈을 줄 테니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얼굴을 테이프로 감은 뒤 와이어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합니다. 현직 경찰이 이와 같은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교민사회뿐만 아니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정말 반전인 것 같습니다. 경찰이 직접 납치에 가담한다라는 게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 남채은 : 네. 충격적이게도 필리핀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적으로 납치 비즈니스가 자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필리핀 경찰은 조직적인 상납고리를 통해 고위층의 보호 속에서 납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법을 수호해야 할 마약 수사국 경찰들이 납치 범죄를 부업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필리핀은 소위 셋업 범죄로 악명 높은 곳인데요. 이는 무고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린 후 석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방식의 범죄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필리핀 현직 경찰들이 마약 단속을 빙자해 피해자의 집에 침입한 후 마약 범죄 연루 혐의로 돈을 뜯으려 했으나 피해자가 반발하며 저항하여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살해를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피해자는 납치 당일 이미 사망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납치범들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시설로 시신을 들고 이름과 사망 사유 모두 거짓으로 기재한 사망 확인서를 위조하여 유족의 동의도 없이 화장한 후 화장시설 직원에게 유골을 장례식장 화장실에 버리도록 지시한 겁니다.
◇ 이원화 : 당시 언론에도 보도되고 문제가 커지면서 필리핀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 거론했던 걸로 아는데 그래도 큰 진전은 없었던 것 같더라고요.
◆ 남채은 : 네. 이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마약 단속반 팀장 라파엘 돔나오가 잠적하자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돔나오에게 자수를 종용 고 현지에서는 필리핀 경찰들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비난 여론이 커지자 경찰청장이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경찰들에게 기합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보여주기식이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태 수습에 나서 피해자의 아내를 직접 만나 사과 후 강력한 처벌을 약속 하기도 했는데요. 불과 몇 주 후 한국 조직폭력배들이 필리핀 경찰을 고용해서 피해자를 납치했다고 주장하며 무고한 한국인들을 체포하기 시작하여 필리핀 정부가 사건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이야기해 주신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혼자 벌인 일은 아니고 뭔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일처럼 보이긴 하거든요. 이 일당들이 다 재판에 넘겨졌습니까? 어떻습니까?
◆ 남채은 : 경찰 당국의 용의자에 오른 인물은 필리핀의 전 현직 경찰 등 총 8명이었는데, 그중에는 국가수사청 고위직 간부도 있었으나 대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최종적으로 4명만이 인질 강도, 살인, 차량 절도 등 혐의로 최종 기소됐습니다. 이후 약 5년 8개월간 84차례에 걸쳐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찰청 마약 단속국 팀원인 로이 빌레가스는 국가 증인으로 채 2019년 1월에 석방됐고, 화장장 소유주인 헬라르도 산티아고는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마약 단속국 소속 경찰관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 정보원 제리 오믈락만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어 그러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경찰청 마약 단속반 팀장 라파일 돔나오는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형량이 적게 나온 게 아니라 아예 무죄를 받았다고요?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검찰은 주모자로 지목된 라파일 돔나오가 무죄 판결을 받자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이 있다며 항소했는데, 필리핀 마닐라 항소법원은 나오가 피해자의 납치, 살인 등을 공모한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피고인을 상대로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이 있을 경우에만 항소가 인정되는데 2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필리핀에서는 통상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1심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것은 물론 항소 이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2심 판결이 나온 겁니다.
◇ 이원화 : 2016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정말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받았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남채은 : 피해자 가족 역시 돔나오의 유죄 판결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다만 나오 측이 항소 재판부에 재심을 신청한 뒤 기각된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 예상되므로 계속해서 필리핀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원화 : 필리핀 국가배상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 이 부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남채은 : 필리핀 법률상 국가 상대 소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국가배상이 요원합니다. 2010년경 필리핀에서 전직 경찰관에 의해 홍콩인 8명이 사망했을 당시 홍콩은 정부 측에서 전방위적인 외교적 압박을 가해 필리핀 정부로부터 사과와 배상금을 받아낸 사례가 있는데요.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배상은 쉽지 않다고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습니다만 필리핀에서 한인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넘겨져서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거 아닙니까?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우리 정부가 수사나 재판에 전혀 참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인가요? 어떤 허점들이 있는 겁니까?
◆ 남채은 : 필리핀에서 이와 같은 범죄가 일어나면 남은 가족들도 타깃이 되어 살해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에서 수사 후 기소를 하는 것과 달리 필리핀에서는 피해자가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기각되기 때문에 돈과 권력이 있는 범죄자들은 장기간 재판을 끌다가 거의 보석으로 풀려나고 피해자들은 신변 위협으로 재판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내거나 재판 중 사망하여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영사조력법에 의하면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변호사 및 통역인 명단만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요. 이 사건 발생 이후 우리 정부는 필리핀에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하면서 사법부 고위인사 면담 등을 통해 공정한 조사를 요청해 왔다고 한 바 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홍콩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가배상까지 받은 것과 비교하면 우리 외교부의 대응은 굉장히 미온적이라고 평가되고요. 사실상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볼 이와 같은 사건을 단순히 개인대 개인의 사건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역시 자국민이 피해를 입어 적극적으로 나서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통해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원문: https://news.nate.com/view/20240821n25071
방송일 : 2024년 08월 21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청취자 여러분들 혹시 마사랍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마사랍' 이 단어는 맛있다라는 뜻의 필리핀어입니다. 그런데 필리핀 현지에서는 이 단어 뒤에 한국인 그러니까 코리안을 붙여서요. 마사랍 코리안이란 말이 마치 은어처럼 사용된다고 합니다. 마사랍 코리안 과연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요? 마사랍 코리아는 말 그대로 직역하면 맛있는 한국인이란 뜻입니다. 필리핀 일각에선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하죠.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아마도 한인을 상대로 한 필리핀 현지의 강력 범죄는 늘어가는데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 이게 한몫하는 거 아닐까요? 2012년 이후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살인 사건 총 57건의 사망자 수는 63명입니다. 그런데 정식 재판을 통해 실형이 선고된 건 이 사건이 처음이라고 하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남채은 변호사 (이하 남채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필리핀 현지에서 한인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더라고요.
◆ 남채은 : 네, 필리핀에서는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요. 2012년 이후 발생한 한국인 살해 사건은 57건이며 사망자는 63명이라고 합니다. 올해 5월 말에도 필리핀 앙헬리스를 찾았던 60대 한국인 남성이 소매치기를 당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약 열흘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요. 작년 11월에는 필리핀 앙헬레스 거리에서 무장한 강도 2명이 한국인 남성의 복부를 찌르고 지갑을 훔쳐 달아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경우가 썩 없다는 건데 오늘 자세히 살펴볼 이 사건 같은 경우 2016년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입니다.
◆ 남채은 : 네, 지난 2016년 10월 18일 필리핀 앙헬레스 자택에서 한국인 사업가 지익주 씨를 납치 후 살해한 사건인데요. 대낮에 주택가에서 벌어져 큰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사망 증명서를 위조하여 인근 칼로오칸시의 한 화장장에서 시신을 소각하고 유해를 화장실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이들은 피해자의 유족을 상대로 약 1억 2천만 원을 요구하였는데, 피해자는 납치 당일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모르는 유족들로부터 현금을 받은 뒤 그대로 잠적해버렸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 피해자의 경우 현지에서도 굉장히 평판이 좋았던 사업가였다고 하더라고요.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피해자는 작은 인력 파견업체를 운영하던 평범한 사업가였는데 평소 직원들이 아프다고 하면 약을 사다 주고 배고플까 봐 음식을 사다 주기도 하는 등 직원들에게나 가족들에게나 자상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직원들은 피해자가 불법적인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였고, 지인들 역시 입을 모아 피해자가 주변에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 이원화 : 어쨌든 납치 사건이니까요. 필리핀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을 것 같거든요. 어땠습니까?
◆ 남채은 : 피해자가 납치당한 장소는 주거지역으로 CCTV와 목격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가족들은 필리핀 경찰 납치 전담반에 신고 후 수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필리핀 경찰은 가족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하고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피해자를 찾기 위해 직접 통역사와 사설 탐정, 변호사 등을 고용하여 온갖 치안기관을 수색했습니다. 또한 수십 대의 CCTV 영상을 뒤진 결과 두 대의 차량이 피해자의 차량을 쫓는 등 납치 정황을 발견한 뒤 그 영상과 납치 차량 번호를 납치 전담반에 제공하기도 했으나 수사에 아무런 진척이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600만 원을 들여 오토바이 50대를 동원하여 남편의 차를 찾기도 했는데 결국 찾지 못하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리핀 현지 신문사를 방문하여 남편을 찾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현지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그제서야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는데 결국 납치 3개월 만에 남편이 피살된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 이원화 : 우리 대사관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걸까요?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거든요.
◆ 남채은 : 피해자의 아내는 납치 13일째 되는 날 범인들로부터 몸값 500만 페소 하나로 약 1억 2천만 원이 되는 돈을 요구하는 협박 문자를 받았습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어렵게 돈을 구해 범인이 지시하는 대로 밤 10시경 접선 장소로 가 차에 현금을 두고 근처 식당에서 기다렸는데요. 범인들은 현금을 가져간 뒤 그대로 잠적해버렸고 피해자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강력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필리핀에는 한국인 대상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 경찰이 파견되어 있는데 이를 코리안 데스크라고 합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코리안 데스크에도 도움을 청했으나 피해자가 납치된 것이 확실하냐며 다른 사건을 해결하느라 급해서 여력이 없다고만 했고, 한국 대사관에는 통역을 요청했으나 개인 통역은 대사관에서 해줄 수 없고 본인이 구해야 한다고만 하는 등 대사관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아내는 사건 발생 후 두 달이 넘어가자 필리핀 현지 신문사를 찾아 피해자를 찾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현지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자 그제서야 경찰청도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납치된 지 3달이 지나서야 남편의 피살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정말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 이원화 : 황당한 상황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남채은 : 놀랍게도 피해자를 살해한 용의자는 필리핀 현직 경찰들이었습니다. 납치 당일 범인들은 차로 2시간을 달려 필리핀 수도 마닐라로 피해자를 끌고 갔는데, 그들이 향한 곳은 필리핀 경찰청 본청이었습니다.
◇ 이원화 : 경찰청 건물에다가 납치를 한 겁니까?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사건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납치범 중 1명이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여 자백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는데 마약 단속반 경찰인 로이 빌라가스입니다. 피해자는 경찰청 본관에서 불과 40m 떨어진 경찰청 주차장에서 현직 경찰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것이 로이 빌라가스의 진술에 의하면 범인들은 돈을 줄 테니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얼굴을 테이프로 감은 뒤 와이어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합니다. 현직 경찰이 이와 같은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교민사회뿐만 아니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 이원화 : 이게 정말 반전인 것 같습니다. 경찰이 직접 납치에 가담한다라는 게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 남채은 : 네. 충격적이게도 필리핀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적으로 납치 비즈니스가 자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필리핀 경찰은 조직적인 상납고리를 통해 고위층의 보호 속에서 납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법을 수호해야 할 마약 수사국 경찰들이 납치 범죄를 부업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필리핀은 소위 셋업 범죄로 악명 높은 곳인데요. 이는 무고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린 후 석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방식의 범죄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필리핀 현직 경찰들이 마약 단속을 빙자해 피해자의 집에 침입한 후 마약 범죄 연루 혐의로 돈을 뜯으려 했으나 피해자가 반발하며 저항하여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살해를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피해자는 납치 당일 이미 사망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납치범들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시설로 시신을 들고 이름과 사망 사유 모두 거짓으로 기재한 사망 확인서를 위조하여 유족의 동의도 없이 화장한 후 화장시설 직원에게 유골을 장례식장 화장실에 버리도록 지시한 겁니다.
◇ 이원화 : 당시 언론에도 보도되고 문제가 커지면서 필리핀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 거론했던 걸로 아는데 그래도 큰 진전은 없었던 것 같더라고요.
◆ 남채은 : 네. 이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마약 단속반 팀장 라파엘 돔나오가 잠적하자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돔나오에게 자수를 종용 고 현지에서는 필리핀 경찰들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비난 여론이 커지자 경찰청장이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경찰들에게 기합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보여주기식이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태 수습에 나서 피해자의 아내를 직접 만나 사과 후 강력한 처벌을 약속 하기도 했는데요. 불과 몇 주 후 한국 조직폭력배들이 필리핀 경찰을 고용해서 피해자를 납치했다고 주장하며 무고한 한국인들을 체포하기 시작하여 필리핀 정부가 사건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 이원화 : 앞서 이야기해 주신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혼자 벌인 일은 아니고 뭔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일처럼 보이긴 하거든요. 이 일당들이 다 재판에 넘겨졌습니까? 어떻습니까?
◆ 남채은 : 경찰 당국의 용의자에 오른 인물은 필리핀의 전 현직 경찰 등 총 8명이었는데, 그중에는 국가수사청 고위직 간부도 있었으나 대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최종적으로 4명만이 인질 강도, 살인, 차량 절도 등 혐의로 최종 기소됐습니다. 이후 약 5년 8개월간 84차례에 걸쳐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찰청 마약 단속국 팀원인 로이 빌레가스는 국가 증인으로 채 2019년 1월에 석방됐고, 화장장 소유주인 헬라르도 산티아고는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마약 단속국 소속 경찰관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 정보원 제리 오믈락만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어 그러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경찰청 마약 단속반 팀장 라파일 돔나오는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형량이 적게 나온 게 아니라 아예 무죄를 받았다고요?
◆ 남채은 : 네 맞습니다. 검찰은 주모자로 지목된 라파일 돔나오가 무죄 판결을 받자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이 있다며 항소했는데, 필리핀 마닐라 항소법원은 나오가 피해자의 납치, 살인 등을 공모한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피고인을 상대로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이 있을 경우에만 항소가 인정되는데 2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필리핀에서는 통상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1심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것은 물론 항소 이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2심 판결이 나온 겁니다.
◇ 이원화 : 2016년에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정말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받았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남채은 : 피해자 가족 역시 돔나오의 유죄 판결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다만 나오 측이 항소 재판부에 재심을 신청한 뒤 기각된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 예상되므로 계속해서 필리핀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원화 : 필리핀 국가배상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 이 부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남채은 : 필리핀 법률상 국가 상대 소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국가배상이 요원합니다. 2010년경 필리핀에서 전직 경찰관에 의해 홍콩인 8명이 사망했을 당시 홍콩은 정부 측에서 전방위적인 외교적 압박을 가해 필리핀 정부로부터 사과와 배상금을 받아낸 사례가 있는데요.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국가배상은 쉽지 않다고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습니다만 필리핀에서 한인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넘겨져서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거 아닙니까?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우리 정부가 수사나 재판에 전혀 참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인가요? 어떤 허점들이 있는 겁니까?
◆ 남채은 : 필리핀에서 이와 같은 범죄가 일어나면 남은 가족들도 타깃이 되어 살해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사기관에서 수사 후 기소를 하는 것과 달리 필리핀에서는 피해자가 기소하지 않으면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기각되기 때문에 돈과 권력이 있는 범죄자들은 장기간 재판을 끌다가 거의 보석으로 풀려나고 피해자들은 신변 위협으로 재판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내거나 재판 중 사망하여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영사조력법에 의하면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변호사 및 통역인 명단만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요. 이 사건 발생 이후 우리 정부는 필리핀에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하면서 사법부 고위인사 면담 등을 통해 공정한 조사를 요청해 왔다고 한 바 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홍콩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가배상까지 받은 것과 비교하면 우리 외교부의 대응은 굉장히 미온적이라고 평가되고요. 사실상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볼 이와 같은 사건을 단순히 개인대 개인의 사건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역시 자국민이 피해를 입어 적극적으로 나서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통해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원문: https://news.nate.com/view/20240821n25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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