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와 화교, 그리고 최저임금(2)
jazzcoffee
쪽지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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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8 02:02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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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오래 살다보면 "화교(華僑)" 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생깁니다.
필리핀의 대부분 경제는 "중국사람"인 화교들이 장악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주 흔한 예로 큰 시장을 가보면 밖에 노점을 하고 있거나 안에서 점원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필리핀사람"들이고 한쪽 구석에서 돈을 세거나 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 화교"들입니다.
화교들의 돈에 대한 집념은 대단합니다.
보통 자녀들이 학업에 특별한 재능을 나타내지 않으면 중국사람들은 일찍부터 공부를 포기하게하고
동네 작은 구멍가게에서 부터 일을 배우게 합니다.
심지어는 기초교육인 "고등학교" 조차 보내지 않고 시장에서 일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존(生存)"이 중요하지 그깟 알량한 지식(知識)이 밥을 먹여주느냐?"
라는 식의 현실관입니다.
그래서 필리핀 시장속에서 장사를 하는 화교들을 보면 필리핀 사람들과는
다른 3가지를 볼수 있습니다.
첫째는 "영어"를 보통 필리핀 사람보다 훨씬 못한다는 점
둘째는 아주 어린 나이에서 사장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점
셋째는 아주 냉철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화교들 중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고등교육"자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장사를 하는 화교들은 교육보다는 "사업"을 선택한 경우가 많아서
이런 3가지 특성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세번째의 냉철함은 화교가 갖는 필리핀 사회의 "부정적(否定的)"인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화교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민족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화교들은 필리핀에 살지만 필리핀 사람들과 결혼하는 것을 꺼립니다.
그들은 사회와 국가의 발전보다는 "개인"과 그들의 "집단"의 안녕과 발전을 우선합니다.
이런 연장선에서 화교들의 행동을 보면 상당히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 엉켜서 살면서도
필리핀 사람들과 거리를 많이 두려합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필리핀 사람들은 "공존(共存)"과 "동포(同胞)"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警戒)"와 "이용(利用)"의 대상입니다.
...
공사를 하다보면 필리핀 인부들의 신발이 빨리 닳아 없어지는 것을 봅니다.
더운 날씨의 나라이고 작업화를 사서 신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여서 우리가 해변에서
놀때 신던 "슬리퍼(일명, 쪼리)" 하나 달랑 신고 일을 하거나 그것마저 없으면 "맨발"로
일을 하는 인부들도 있습니다.
어느날 "수영장"공사를 하던중 깊이 1.5M 정도 흙을 파는 인부들의 발을 보니 신발이 엉망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크록스"류(類)의 신발을 사준지가 몇달 안지났는데 벌써 닳아 없어진 것 같습니다.
공사를 담당하는 지인과 같이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몇푼 안되는 신발을 인부들에게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시장에 나갔습니다.
신발도매가게에 가서 인부들을 줄 신발 사이즈와 제품을 이리저리 고르고 있으니
손님들을 도와주는 여 점원이 다가옵니다.
"써얼~ 어떤 것을 사시려고 하세요?"
신발을 정신없이 고르다가 옆을 흘낏보니 아직 많이 앳돼보이는 처자입니다.
신발을 고르면서 호기심이 생겨서 이것 저것 물어보았습니다.
" 고향이 어디야 ? "
" 불라칸이에요 "
" 오우~ 불라칸! 그래서 미인이구나 ... 몇살인데 ? "
" 17세입니다."
" 뭐...뭐 ? 17세? 미성년자네 ? "
미성년자란 소리에 약간 놀랐는데 주변을 보니 일하는 점원중에 미성년자들이 꽤 있는 듯합니다.
어려보이는 다른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그녀 역시 미성년자이더군요.
신발을 사고나서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가보니 무표정하게 근엄한? 인상을 쓰고있는
화교주인이 있습니다. 직원이나 손님을 상대하는 모습이 상당이 무뚝뚝합니다.
신발을 40켤레 샀는데, 화교주인은 직원들이 세어놓은 수량을 다시 하나하나 꼼꼼히 세어봅니다.
돈을 계산하고 나오면서 그 소녀에게 귓속말로 살짝 물어보았습니다.
" 하루 임금이 얼마야 ? 별도로 용돈을 주니 ? "
" 180페소에요 ... 식비 차비는 따로 주지 않아요 "
" 몇시 부터 몇시까지 일하는데 ? "
"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요 ... "
...
필리핀의 최저임금 (minimum wage)는 과연 얼마일까요?
필리핀은 섬나라인 특성에 따라서 지역마다 그 임금이 다 다릅니다.
그 지역의 특성에 맞춰서 정부에서 정한 업종별로 임금액이 나뉘어져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수도인 마닐라의 경우 429~466페소 /일 (한화 26기준시 11,154원~12,116원)
리존3에 속하는 센트럴 루존 (앙헬레스, 팜팡가, 불라칸, 탈락 등이 여기에 속함)의 경우
338~349페소, 바기오의 경우 268~280페소, 세부는 290~340페소 정도 합니다.
그렇다면 조금 호기심을 넓혀서 세계의 최저임금은 어떨까요?
가장 많은 최저임금을 주는 나라는 "캥거루"의 나라 "호주" (2,670달러/월) 이고
가장 적은 최저임금의 나라는 "야구의 나라"인 사회주의 국가 "쿠바" (9달러/월) 입니다.
앞서 예를 든 "신발가게 아가씨"인 "신발이님의 경우는 region3 central luzion에 속한
앙헬레스이고 retail/service 업종군에 일을 하고 있고 16명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이니
최저임금이 338페소/일 (주40시간 기준)을 받아야 정상입니다.
그렇지만 신발이님은 미성년자이고 수습사원, 비정규적이니 이런 최소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휴일없이 하루 12시간동안 일을 해서 하루 180페소를 번다고 해도 왕복 교통비, 식사비용을
빼고 남으면 하루 100페소를 손에 쥐기가 아주 빠듯합니다.
대부분 점원으로 일하는 필리핀 아가씨들이 한달에 집에 3,000페소 (한화 78,000원)을
붙여주는 것이 상당이 어렵습니다.
이들의 생활을 보면 우리가 어려웠던 1960~70년대의 모습과 매우 비슷합니다.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 보다는 집에 참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식솔(食率)을 하나 던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경우입니다.
그러면서 "백마탄 외국인 왕자님"을 만나서 그들이 가져왔던 꿈을 이루는 행운을 기도하도 합니다.
실제 필리핀에서는 "미성년자"와 "고졸자"들이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업률의 통계를 따르지 않더라도 체감으로 느끼는 수치는 약 50%가 넘는 듯합니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6개월이 지나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위해서 전전긍긍해야만 합니다.
이점을 패스트 푸드 대기업들은 "아르바이트"라는 명목하에 값싼 임금으로 잘 이용하였는데요
"화교"역시 이런 기술?을 잘 학습한 것 같습니다.
화교들이 장사하는 곳에는 "미성년자"가 의외로 많고 그들의 값싼 임금을 "취업"이란 미명하에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차가운 쇠"같은 날카로움과 비정함의 체제이지만 "정부"와 "재분배"로
조금 이 부분을 따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후진국"일 수록 이 고통은 국민들의 분담해야하는 커다란 짐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피플파워, people power"라는 기치(旗幟) 아래 아시아에서 민주화를 주도했던 필리핀호의
선장은 "독재자"에서 "부자"로 바뀌는 역할을 한 결과에 불과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 부자의 한 축이 "화교"라는 것도 우리가 필리핀 사회을 볼때 필요한 상식을 듯합니다.
오랫만에 글을 쓰니 길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필싱싱 http://cafe.naver.com/woodongsa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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